유럽1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우리들의 '국제활동 이야기'
유럽1
대학생활을 하며 해외여행을, 특히 유럽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내 오랜 꿈이었다.
막상 대학생이 되고보니 학기 중엔 과제와 공부, 각종 행사에 정신 없이 바빴고 방학 때는 학비와 다음 학기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하느라 해외 여행은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졸업을 일년 반 남기고, 우리 과 특성상 내년은 국가고시 준비에 힘써야하기 때문에 올해가 아니면 정말 기회가 없겠구나 싶어 꼭 해외여행을 가리라 다짐했다.
내 생에 첫 해외여행이기도 했고 조금이라도 더 의미있게 가고 싶어 고민을 하던 중 학교에서 국제워크캠프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얘기를 듣고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의 또래 친구들과 2주동안 같은 곳에서 봉사도 하고 놀며 생활한다는 것이 나에겐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영어를 잘 못해서 의사소통이 걱정이 되었지만 고작 그 문제 때문에 좋은 기회를 시도해보지도 않고 포기하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신청하게 되었다.
우리 캠프는 총 15명의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중 4명은 이탈리아 현지 단체 직원들이고 나를 포함한 2명의 한국인, 러시아인 2명, 에스토니아인 2명, 체코인 1명, 프랑스인 2명, 스페인인 1명, 그리스인 1명이 참가했다.
현지 단체의 숙소에서 2주동안 생활했는데 겉으로 보면 나름 그럴싸 했지만 내부 환경이 생각보다 열악해서 조금 힘들었다.
보일러통에 땔감을 넣고 불을 피워서 30분을 기다려야만 따뜻한 물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고 주방기구들은 모두 때가 타고 더러웠다.
밤이면 다같이 자는 다락방에 도마뱀이 돌아다녔고 아침에 일어나면 온 몸이 모기에게 물려 간지럽지 않은 곳이 없었다.
숙소는 시내에서 차를 타고 30분이 넘게 가야 하는 산 속에 있어 핸드폰이 전혀 터지지를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열악한 환경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말로 즐겁게 2주를 보냈다.
우리가 있던 시칠리아 섬은 매우 덥기 때문에 낮에는 아무런 활동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침 7시부터 낮 12시까지 일을 했는데, 아침당번인 날에는 6시에 일어나야 했다.
우리는 공터에 있는 돌과 바위를 갈퀴로 긁어 모아 구석으로 옮겨 쌓고 식물이 자랄 수 있는 땅으로 만들어 허브나 토마토, 파프리카같은 작물들을 심고 정원을 가꾸는 일을 했다.
일이 끝나고 나면 점심을 먹고 다 같이 낮잠을 잤다.
낮에는 더위때문에 활동을 못하지만 해가 굉장히 늦게 지기 때문에 오후 4시쯤 시내나 바다로 나가 놀기 시작하고 숙소로 돌아오면 거의 12시가 넘어있었다. 어떤 날은 새벽 3시에 들어온 적도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일하는 시간은 항상 같은데 밤 늦게까지 놀다 숙소로 돌아오니 다음 날 일을 할 때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하지만 그만큼 더 오랜 시간을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다 같이 매일매일 놀러 다녔는데 보통 바다를 가서 수영을 하거나 근처 도시의 시내에 가서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돌아왔다.
환경이 열악하고 일이 고되다보니 팀원들끼리 서로서로 배려하고 도와주려는 마음이 컸고 사이가 더욱 돈독해진 것 같다.
같이 캠프에 참가하게 된 한국인 언니와는 미리 연락을 해서 이탈리아 공항에서 만나서 시칠리아까지 같이 갔는데 자유여행 일정이 굉장히 비슷했고 교통편도 같은게 많아 굉장히 신기했다.
시칠리아 섬 자체에 동양인이 별로 없고 특히 한국인은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캠프에 한국인이 있다는 것이 많은 의지가 되었던 것 같다.
또 현지 사람들이 우리가 동양인 여자라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친절하고 따뜻하게 우리를 대해주어서 더욱 좋은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언어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늘었다.
한국식 영어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스피킹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문법이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실제 대화를 할 때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가 없는데, 가서 생활해보니 팀원들도 영어권 국가가 아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대화할 때 문법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단어의 조합만을 가지고도 우리는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했고 심지어 농담도 하고 장난도 쳤다.
그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는 혹여 문법이 틀린 문장은 아닐까 고민하며 더듬거릴 필요가 없었고, 혹 정말 못알아들을 정도로 틀린 단어같은 경우엔 서로 고쳐주며 배워갔다.
팀원중엔 영어를 아주 잘하는 친구도 있었는데 내가 모르거나 틀려도 비웃지 않고 내가 스스로 생각해서 말을 끝마칠때까지 기다려주었다.
2주간 생활하며 말문이 트이니 캠프가 끝난 후 자유여행을 하는 동안에 만나는 외국인들과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를 시도해 볼 수 있었다.
또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서로 배려하며 지내다 보니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을 더 키우게 된 것 같다.
무엇보다도 지구 반대편에 나를 위해주는 든든한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된 것이 이번 캠프에서 얻게 된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