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1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우리들의 '국제활동 이야기'
유럽1
저는 작년까지만 해도 다른 나라에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외국에 관심을 가지거나 해외여행을 가는 것을 보아도 저는 별 생각이 들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주위 어른들께서 대학생 때가 아니면 외국에 나갈 기회가 별로 없다고 하시고, 외국에 다녀오는 것은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거라는 말씀을 많이 하셔서 수긍하는 마음 반, 오기가 생기는 마음 반으로 유럽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 여행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에서 본 <유럽에서 100일>이라는 웹툰이었습니다. 유럽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그려놓은 웹툰인데, 그 웹툰을 보면서 유럽에 가는 것을 열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럽을 가는 김에 유럽 현지 생활을 조금이나마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때 워크캠프가 떠올랐습니다. 친구들에게 워크캠프에 대한 얘기를 종종 들었었는데 들을 때마다 외국에서 약 2주 정도의 긴 시간 동안 외국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뜻깊은 봉사를 한다는 것이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물론 당시에 저는 외국에 별로 관심이 없었으니 나도 꼭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지만 해외여행을 가려는 결심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워크캠프에 참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올해 대학교 4학년이라 이번이 캠프에 참가할 수 있는 마지막 여름방학이라는 생각에 간절하게 참가신청서를 작성하였습니다. 그런데 참가신청서를 꽤 늦게 작성하기도 했고, 친구와 함께 가려고 하다 보니 참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기가 어려웠는데, 유럽 1지역 워크캠프를 담당하시는 홍현주 간사님의 도움으로 체코의 환경/보수 관련 캠프에 합격하였습니다^^
워크캠프에 참가하면서 그 나라 생활과 문화를 넓고 깊게 경험하는 것과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는 것에 대해서 특히 기대했었습니다.
제가 했던 일들은 나무 기둥을 사포질해서 매끄럽게 만들기, 그 위에 페인트를 칠해서 코팅하기, 쟁기로 건초 제거하기, 땅에서 돌과 풀을 골라내서 평평하게 만들기, 진흙을 만들기 위해서 흙에서 돌 골라내기, 벽에 진흙과 지푸라기 붙이기 등이었습니다. 여기서는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일들이라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어느 새 노련하게 사포질을 하고 쟁기질을 하는 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ㅎㅎ 캠프에 참가한 친구들 대부분이 도시에서 생활하다가 왔기 때문에 주어진 일들을 육체적으로 하기 힘들어했지만 일이 힘들어서 더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체력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요하는 봉사 활동을 견디게 해 준 것 중 하나는 식사 시간이었습니다! 저희는 캠프 기간 동안 2명씩 1팀이 되어 식사 당번을 정했습니다. 식사 당번은 아침, 점심, 간식, 저녁 준비와 설거지를 했습니다. 캠프에 있는 동안 스페인, 중국, 폴란드, 미국 등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음식은 친구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했다는 생각에 더욱 맛있었습니다. 저희가 당번이었던 날, 저와 친구는 한국에서 가져간 김가루와 고추장을 이용해서 계란후라이를 얹은 야채볶음밥과 감자전, 떡꼬치양념 소세지볶음을 만들었습니다. 친구들이 남김없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매우 뿌듯했었습니다^^ 네덜란드 친구가 고추장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에게 나눠줄 만큼 고추장을 많이 가져오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들기도 했습니다. 저녁 식사 후에는 캠프파이어를 했습니다. 불에 소세지와 마시멜로를 구워먹으며 친구들의 기타연주를 듣고, 이야기를 나누고, 별을 보는 일은 행복 그 자체인 순간들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강가에서 샤워하고 오는 길에 폴란드 국경을 넘기도 하고, 락 페스티벌에서 친구들과 함께 춤을 추고, 현지인들과 드럼을 연주하는 등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들을 만들었습니다.
캠프를 마치고도 우리 캠프 구성원들은 함께 프라하 여행을 했습니다. 캠프 리더가 프라하에서 사는 체코인인 덕분에 프라하 곳곳을 자세히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치가 예쁜 장소에 가고, 리더가 좋아하는 음식점에서 체코 음식을 먹고, 볼티바 강에서 오리보트를 타고, 볼티바 강가에서 맥주를 마시고, 재즈 클럽에 가는 등 현지인의 도움이 없었다면 하기 힘든 특별한 경험들을 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저에게 좋은 외국인 친구들이 생긴 것입니다. 이 친구들 덕분에 권태로웠던 저의 일상에 열정이 생겼습니다. 어디에 무슨 나라가 있는지도 몰랐고, 외국어를 공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제가 친구들이 어디에 사는지 찾아보고, 다음에 캠프 친구들을 만났을 때 더욱 대화를 잘 하기 위해서 영어 회화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착하고 똑똑한 친구들을 다음에도 만나고 싶고 그때는 더 멋진 모습으로 만나고 싶은 소망이 생겨서 학교 공부를 포함한 모든 생활을 더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듣던 대로 유럽, 특히 체코는 동화의 나라처럼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건 바로 캠프에서 만난 사람들이었습니다. 수천, 수만km 떨어진 곳에 살던 우리가 만나서 나눈 소중한 시간은 그동안의 저의 여름방학 중에서 최고의 여름방학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