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1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우리들의 '국제활동 이야기'
유럽1
오래됐지만 지역이 생소해서 신청을 망설이는 분들을 위해서 남겨봅니다. 대학교 2학년 겨울방학.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저는 봉사활동도 같이 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군데를 둘러본 결과,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워크캠프를 선택하게 되었죠.
저는 워크캠프를 고를 때 세 가지 조건을 두었습니다.
한국인이 많이 선택하지 않을 것 같은 워크캠프를, 나에게 생소한 나라를,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골라내자.
이렇게 하나 둘씩 제외하고 보니 체코의 건축 관련 워크캠프, 세르비아의 환경보호관련 워크캠프. 이렇게 두 가지가 남았습니다. 두 군데 모두 생소한 지역에 있었고 정보도 많이 없었지만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게다가 체코의 워크캠프는 제가 사랑하는 맥주 필스너의 브루어리가 있는 플젠에서 기차로 40분-50분밖에 걸리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바람대로 체코 워크캠프 첫째 주 주말에 필스너 브루어리에서 하는 페스티벌에 다녀왔습니다.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워크캠프에 가는 이유 중에는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만나서 좋은 일도 하고, 어울리고 싶다는 것이 주인 것 같습니다.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면, 저처럼 생소한 나라를 과감하게 선택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체코의 워크캠프는 총 9개국(체코 2명, 폴란드 2명, 스페인 1명, 프랑스 1명, 독일 1명, 러시아 1명, 터키 1명, 헝가리 1명, 그리고 한국 1명), 11명의 다국적 워크캠프였는데, 모두가 이렇게 다양한 나라로 구성된 워크캠프는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운이 좋았던 거겠지요:)
워크캠프 한 달 전에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서로의 얼굴도 익히고 국적도 확인하고 준비물도 더 쉽게 전달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여름에 갔고, 또 밖에서 하는 봉사활동이었기 때문에 벌레 물린데 바르는 약과 구급약품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빠뜨릴 수 없는!! 한국을 소개할 만한 물품으로는 호떡믹스와 해물파전 믹스를 가지고 갔습니다. 한복을 가져가지 못한게 조금 아쉬웠네요. 아, 건축이나 환경 관련하시는 분들은 꼭 통이 넓지 않은 긴 바지, 긴 팔 티셔츠 준비하세요!! 전 통 넓은거 가져갔다가 이리 긁히고 저리 긁히고.. 많이 힘들었어요.
현지에서의 활동은 굉장히 단순했습니다. 도착한 첫 날은 워크캠프기간동안 지낼 방을 고르고, 아침 식사, 저녁 식사 당번을 정했습니다(점심은 호스트가 제공). 그리고 간단한 자기소개와 보드게임을 즐겼죠:)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부터는 오전9시-12시 곡괭이질, 12시-1시 점심시간, 1시-5시 돌, 흙 나르기. 바로크시대에 지어진 성에서 지내면서 바로크시대의 유물들을 발굴하고 성의 보수작업을 도와주는 워크캠프였는데 일 자체는 많이 힘들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들 거의 첫 워크캠프여서 엄청 열심히 일했어요. 마지막 날 호스트가 워크캠프 호스트가 된 이후로 이렇게 열심히 일한 워크캠프는 너희가 처음이었다고, 지난 5년간 워크캠퍼들이 일한 것보다 너희가 일을 더 많이 했다며 즐거워 하셨어요:) 어쨌든 낮에는 땀흘려 일하고 저녁에는 보드게임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들 술을 별로 즐기지 않아서 가벼운 이야기는 물론 심도 있는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습니다. 경제를 전공하는 폴란드 대학생과 정치를 전공하는 독일 대학생이 있어서 정치, 경제 쪽으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다국적인 들이어서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주변에 있는 성 투어, 플젠의 필스너 브루어리 페스티벌 방문, 그리고 히치하이킹으로 차로 3시간 걸리는 도시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한국에서는 히치하이킹 꿈도 꾸지 못하고, 또 체코에서도 점점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해져서 없어지는 추세라고는 했지만 체코인 두 명의 도움으로 팀을 나눠 매우 안전하고 즐겁게 다녀왔습니다. 정말 히치하이킹만으로 다른 도시에 갈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바로 이런 점이 워크캠프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나누는거요. 다만 아쉬웠던 점은 현지인들과의 교류가 거의 없었다는 거에요. 성 안에서 저희끼리만 봉사를 하다보니 다른 사람들은 만나기 힘들었습니다. 그것만 빼고는 정말 좋았어요. 특히, 외국의 성에서 지낼 수 있다는 점과 점심을 성 안을 리모델링하여 만든 호텔 식당에서 먹었다는 점은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니까요!!
워크캠프 참가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봉사활동에 대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스무명의 좋은 친구들도 얻었구요. 3년이상이 지났지만 아직도 종종 스카이프로 연락합니다. 또, 힘든 일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도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외국 성에서 머물면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 하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유럽에서의 워크캠프가 제 인생의 큰 터닝포인트였습니다. 워크캠프 이후 기부도 시작했고, 더욱더 개방적인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들 도전하셔서 좋은 경험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