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1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우리들의 '국제활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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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동기>
나의 생활 패턴은 일정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학기 중에는 '집-학교-도서관'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 방학 중에는 '집-학원-도서관'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나는 참 세상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느껴왔다. 또한 늘 고정된 틀 안에서만 생활했기에 나의 시야가 더 이상 넓어지지 않고 점점 좁아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나의 삶을 좀 더 충만하게 채워나갈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나는 학교에서 우연히 '워크캠프' 포스터를 보았던 게 기억났다. '워크캠프'라면 내가 지금가지 많이 경험해보지 못한 '봉사'라는 것을 가지고 해외에서 하면서 시야를 더 넓힐 수 있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확신 때문에 나는 워크캠프에 참가했다.
<참가 전 준비>
한국인 참가자로서, 한국에 대한 오해와 편견들을 타파하고,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의 '개고기'에 대한 문제나 한국 특유의 나이 계산법 등과 같은 주제를 정해서 할 말을 미리 준비해서 갔다. 실제로 캠프 내에서 외국 나이와 한국 나이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었다. 또한 우리에게 다소 예민한 주제인 북한에 대한 이야기도 캠프 내에서 나눌 수 있었다.
<현지 활동이야기>
내가 참가한 워크캠프는 독일 뤼네부르크(Luneburg) 근처에 있는 루쇼(Luchow)에서 개최되었다. 그곳은 목가적인 농촌 도시였다.
우리 참가자들은 그곳의 어린이집에서 지내면서, 야외 배수시설을 설치하는 작업을 했다. 즉 땅을 일정한 깊이(약 26~30cm)로 파낸 후, 배수관을 설치하고 흙으로 다시 덮어서 땅을 다지는 작업이었다.
또, 나무 벤치를 만들기 위해 나무의 껍질을 벗기고 나무 표면을 매끄럽게 가공하는 작업도 했다.
한편 일이 끝난 자유시간에는 자전거를 타거나 골프를 배우거나 저녁 때는 캠프 파이어를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특별한 에피소드>
특별한 에피소드라면 나는 'inter cultural evening'을 꼽고 싶다. 이것은 각 참가자들이 자국의 음식을 직접 만들어서 저녁에 함께 나눠먹었던 활동이다. 우리 한국 참가자 2명은 'Korean noodle', 즉 한국라면을 준비했다. 라면을 준비하면서 라면이 유럽 출신 참가자들에게 너무 맵고 자극적이진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실제로 독일 워크캠프에 있으면서 먹었던 음식들은 한국 음식처럼 간이 세거나 자극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라면이 많이 남으면 한국인 참가자들끼리 다 먹어치우자.' 라는 생각으로 라면을 끓였다. 그런데 우리가 만든 라면은 예상과 달리 다 동이났다. 현지 청소년들이 특히 잘 먹었는데 "맵긴하지만 맛있어서 계속 먹게된다."고 했다. 개중에 한 명은 포크가 아닌 젓가락을 능숙하게 사용하며 한국라면을 정말 잘 먹어주었다.
또한 'inter cultural evening'을 통해 다른 나라의 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내가 잘 알지 못했던 독일, 우크라이나, 체코,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의 음식들을 워크캠프에서 만난 좋은 인연들과 나눠먹을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함께한 사람들>
우리 워크캠프의 참가자는 독일인 리더와 독일인 참가자 2명, 한국인 2명, 우크라이나인, 프랑스인, 체코인, 스페인인, 이탈리아인, 필리핀인 각각 1명이었다. 그 외에 6명의 현지 청소년들과 워크캠프를 함께 했다.
워크캠프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 건, 세상에는 멋지고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우리팀의 리더인 J는 독일 최고 대학인 하이델베르크 대학을 졸업한 대다 3개 국어(영어, 독일어, 프랑스어)에 능통했다. 또한 리더로서 참가자들을 격려하고 부드럽게 이끌 줄 알았다. 이번이 두번째 워크캠프라는 참가자도 있었으며, 3개 국어(영어, 독일어, 폴란드어)를 편하게 이야기하는 붙임성 좋은 아이도 만났다. 이들 외에도 워크캠프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은 각자 그 자신의 장점을 가지고 있었고, 모두 매력적인 사람들이었다.
독일에서 워크캠프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는 내가 다른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에 놓여진 것이었다. 우리 문화와 다른 것에 대해 과민반응하거나 배척하는 것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배우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게 정말 좋았다. 워크캠프에 지원한 이유이자 목표는 '나의 시야를 넓히고 다양한 경험을 하자.'였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졌다. 다소 좁고 획일적인 시각에만 갖혀있던 내가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22년 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하지 못했던 경험들을 캠프에서 2주동안 참 많이 해봤다. 다른 나라에서 온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 독일 현지 음식을 먹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삽질도 했으며, 골프를 쳤고 카약도 탔다.
캠프에서 리더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 캠프를 통해서 우리 모두는 성장하고 있다." 그 말이 맞다. 분명 나는 불과 한 달 전의 나와 다르다. 워크캠프는 내가 한 뼘 더 성장할 수 기회가 되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