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나의 워크캠프 이야기
• 이름 : 김민혜
• 국가(코드) : 독일(VJF 3.2) / 활동기간 : 2012-03-19 ~ 2012-03-29
• 주제 : LANG     • 타이틀 : Berlin-Sprachcamp 1
• 개최지역 : 독일
참가동기, 특별한 에피소드, 활동이야기, 다른 참가자들의 이야기, 참가 후 변화 등

<캠프로 가는 길>
의욕 넘치고 하고 싶은 것은 많은 20대에 무언가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어 무작정 학교를 휴학했다. 막상 휴학을 하고 집에 앉아 토플, ZD 등 스펙 쌓기 용 어학 시험만 준비하고 있던 나에게 언니가 대뜸 인터넷에 들어가 워크캠프라는 것을 찾아보라 말했다. 평소 외국인과 다른 나라 문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또 편한 길이 아닌 무언가 값진 고생을 사서 하고 싶었던 나에게 다문화 교류와 봉사활동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워크캠프는 큰 매력을 가지고 다가왔다. 내 외국어 실력도 시험해 보고, 흔한 그냥 여행이 아닌 진짜 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캠프 한 달 전에 급히 참가 신청을 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나의 첫 워크캠프가 열리는 장소는 베를린의 외곽지역. 전공이 독일어인 만큼 2주간의 캠프 후 남은 2주간 독일 남부지역을 돌기로 계획했기 때문에 내 몸만한 짐을 들고 베를린 테겔 공항에 도착했다. 익숙하지 않은 베를린 지하철, 거기다 워크캠프 장소는 꽤나 외곽지역이었기 때문에 지하철 근처를 빙빙 돌며 헤매었다. 인포싯에 나와있던 S반 Gruenau역에 내려 트램을 기다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나와 같이 캐리어 가방을 들고 배낭을 든 남자애 하나가 오는 게 보였다. 한눈에 쟤도 같이 워크캠프 가는 애구나 싶었고 트램 안에서 말을 걸어본 결과 내 예상이 맞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아이가 러시아에서 온 Timo, 우리 캠프의 리더였다. 이미 독일어에 능숙한 티모 덕분에 숲길을 헤매지 않고 무사히 방갈로에 도착할 수 있었고, 레나, 나탈리, 패니와 얘기하며 캠프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소통의 문제>
캠프에 도착해 가장 고생했던 문제 중의 하나가 언어였다. 우리 캠프에서는 항상 오전 9시에서 1시까지 수업을 받고 그 후 시간은 베를린 시내 관광을 하는 일정이었다. 관광일정은 우리끼리 정하고, 관광비는 캠프 첫날 낸 활동비로 사용했다. 처음 몇 일 간은 이게 뭔가 하는 심정으로 그냥 마냥 따라다니기만 했다. 사실 아무리 그래도 ‘워크캠프’이었기 때문에 다른 후기들처럼 삽질을 하고, 무언가 힘든 노동을 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그저 말을 배우고 캠프 친구들과 관광하며 사진을 찍고 하면 된다니 처음 1~2일 동안은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또 그때까지 서툰 독일어로 여기가 어딘지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조차 이해하지 못했던 나였기 때문에 더욱 상황에 참여할 수 가 없었다. 영어라면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던 나였지만 독일어는 A, B, C, D부터 배운지 채 1년이 되지 않아서 거의 초등학생 수준이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당연히 영어로 독일어를 배울 거라 생각했던 나…… 워크캠프 소개에도, 심지어 인포싯조차 독일어로 왔을 때부터 알아챘어야 하는데…… 내가 신청한 캠프는 어학캠프였기 때문에 되도록 독일어를 사용하도록 되어있었다. 심지어 몇몇 친구들은 영어는 잘 못해도 독일어는 매우 능숙했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라도 독일어에 입이 트도록 계속 말하는 걸 시도하고 또 시도했다.
첫 아침 회의시간에 말을 못 알아듣고 멍하니 앉아있는 날 보면서 티모가 “이전 워크캠프에서 몇몇 한국인들이 소극적으로 앉아 있는 걸 보았고, 네가 독일어에 능숙하지 않다는 것도 알아. 모르는 말이 나올 때마다 손을 들고 물어보면 우리 모두 영어로 말 할 수 있으니 설명해 줄 거니까 걱정하지마. 여기 있는 모두 영어로 이야기 할 수 있지?”라고 말해주었고, 독일어로 이루어지는 수업에서도 선생님도 친구들도 내가 물어볼 때마다 최대한 성심 성의껏 대답해주었다. 그 결과 10일간의 캠프 중 마지막 3일 정도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하는 말도 거의 다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고, 어느 정도 의사소통도 가능하게 되었다. 또 그 후 2주간의 배낭여행에서 기차나 호스텔에서 만났던 독일 사람들과 정보도 교환하고 농담도 할 수 있게 되었다. 10일간의 짧은 시간 동안 내 독일어 실력이 이렇게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건 유창하게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외로운 상황도 있었지만, 그런 나를 이해해주고 배려해 준 캠프 친구들의 덕이 큰 것 같다.


난 의사소통 하는 데에 급급해서 초반 친구들의 사이가 어색했었다는 것 조차 눈치 채지 못했었는데, 캠프가 끝나고 몇몇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초반 그런 어색한 분위기를 깬, ‘Break the Ice’라는 순간을 만든 사람이 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캠프에 온지 3일 째 되는 날 드디어 내가 그렇게도 바라던 베를린 동물원에 오게 되었다. 동물원을 한 바퀴 돌고 티어가르텐 호숫가에 앉아서 캠프 리더 티모가 내는 베를린에 관한 퀴즈를 맞추는 시간이었는데 퀴즈 시작 전에 티모가 애들에게 독일어로 무언가 농담을 던졌다. 아직까지 독일어가 서툴렀던 나에게는 단지 몇몇 단어만이 들렸다. “Geld, Kleidung, Swimmen, Zurueck…..”. 몇몇 단어와 티모의 손짓 발짓으로 추리해본 후 난 그 말을, “너희가 나에게 돈을 주면 내가 다 벗고 호수 건너편까지 수영을 하고 다시 돌아오겠다”라고 해석했다. 난 장난스럽게 “Show me Papa, Ohne Kleidung~(보여줘 파파, 옷 없이)”라고 받아 쳤고 모든 캠프 애들이 웃으며 쓰러졌다. 캠프 첫날부터 열심히 사진과 비디오를 찍는 티모를 보며 내가 꼭 너 아빠 같다며 Papa라고 별명을 지어줬었는데, 이 날 이후 캠프 애들이 티모를 보며 쇼미 파파, 오네 클라이둥 이라며 놀려댔다. 아직까지도 그 때 티모가 했던 말이 뭔지는 모르지만 그 말은 캠프 친구들 사이가 급속도로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힘들었던 순간>
모든 캠프 친구들과 사이도 좋았고, 행복했던 순간만이 기억에 남지만 물론 열흘 간의 캠프 동안 당연히 힘들었던 순간도 존재했었다. 계속되는 방갈로 생활과 피곤함이 쌓여서 캠프 막판에 다들 조금씩 예민해져 있었고 특히 말이 잘 통하지 않아 힘들었던 나는 피곤하면 영어조차 잘 안 나오는 상황이라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있었던 것 같다. 결국 9일 째 되던 날 참다 참다 울음을 터트려 버렸고 모든 캠프 친구들이 와서 달래주었다. 특히 영어에 능숙해 유독 친해졌던 노르웨이에서 온 잉벨과 불가리아에서 온 로잘리안은 방갈로에 남아서 계속 위로해주고 아이스크림 카페에도 같이 가고 하면서 달래 주었다. 다음날에는 또 다른 이유로 울고 말았다. 캠프의 마지막 날 친구들과 헤어진다는 사실이 너무 아쉬웠기 때문이다. 하나 둘 떠나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난 또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고, 크리스티나와 잉벨, 나탈리가 날 달래 주었다. 그 때 크리스티나가 내게 했던 말이 크게 기억에 남았다. “지금 네가 헤어짐에 슬퍼서 우는 건 말이 되지 않아. 우린 열흘 동안 행복했고, 설령 다시 만날 수 없다 해도 넌 나중에 그 추억을 되돌아보면서 행복할 수 있어. 그럼 된 거야. 넌 오히려 행복해 해야 해”. 그 말이 내게 너무 와 닿았고, 후에 배낭여행을 하면서도 캠프 친구들과 그 순간들이 떠올라서 힘들어 질 때마다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해 주는 말이 되었다.

<워크캠프, 그 후>
물론 헤어짐의 순간에 나만 슬퍼했던 것 같지는 않다. 방갈로에 도착해 처음 보았던 나탈리는 결국 캠프 마지막 날 새벽까지 나와 함께 있다가 호스텔 앞에 바래다 주며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고, 노르웨이에서 왔던 잉벨과는 캠프가 끝난 다음 날 따로 카페에서 만나 울며 부둥켜 안고 작별 인사를 했다. 한국에서 잘 느낄 수 없었던 순수한 우정 그 자체를 타국에서 또 다른 타국에서 온 친구들에게 느끼다니 기분이 묘했다. 내가 그 동안 누군가와 헤어지면서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던 적이 또 있었던가? 친구와 헤어진 후 그리움에 힘들어 했었던 적이 있었나? 흔히 여행에서 누군가를 만나면 사람들은 더 마음을 여는 상태가 되고 그렇기 때문에 더 쉽게 가까워 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가 그랬던 것 같다. 모두가 타국에서 왔기 때문에 더욱더 마음을 열고 순수하게 가까워졌고, 그것이 나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가져다 준 것이다. 열흘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난 워크캠프에서 겪었던 일들과, 워크캠프에서 만났던 친구들 그리고 우리의 Gruenau, 우리의 방갈로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프로그램 세부정보

총 참가국 수는? 8
총 참가자 수는? 10
항공료 : 1,500,000 원
교통비(항공료 제외) : 45,000 원
참가 중 지출 비용(현지 참가비 제외) : 0 원
미팅포인트 : 워크캠프 장소
미팅포인트로 이동하는데 있어 불편한 점이 있었다면? 큰 불편 없었음
숙박형태 : 기타 (방갈로)
화장실 : 건물 내
인터넷 사용 환경 : 불가능
공식 언어 : 영어가 아님 / 공식 언어로 프로그램이 잘 운영되었는가? : 아니다 (실제 사용된 언어는? : 독일어)
취사여부 : 직접 취사
참가자들 사이의 교류 정도 : 매우 활발
지역 주민과의 교류 정도 : 교류의 기회가 없었음
봉사활동의 강도 : 매우 쉬움
봉사활동 시간(1일 기준) : 3~4
사전 제공된 인포싯에 설명된 정보와 실제 캠프와의 차이점이 있었나요? 대부분 일치
기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봉사라기 보다는 하루에 3~4시간 정도 어학 수업을 받았다. 힘들 일이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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