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1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우리들의 '국제활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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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캠프'라는 것을 처음 접한 건 14년, 친구가 아이슬란드 워크캠프에 참가신청 하는 것을 도와주며 옆에서 본 것이었다. 당시 나도 외국에 지내며 친구의 아이슬란드 소식과 나의 소식을 서로 이야기하며 워크캠프에 대한 첫 번째 막연한 호기심이 생겼다. 여름방학이 반쯤 지나고, 대학생 방학이 항상 그렇듯 나른하고 지루한 날을 보내고 있을 때, 문득 워크캠프 라는 단어가 생각이 나 포털사이트에 검색해 워크캠프 사이트를 처음으로 들어가 보았다. 먼저 중점을 두고 찾은 것은 '지역'이었다. 이전의 여행 등을 통해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나부터 나의 의사 표현에 답답함을 느끼기 때문에, 영어가 보편적인 국가로 우선 찾아봤다. 그 다음은 '학술적'인 워크캠프. 정말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과 자신의 생각을 교류하는 것 만큼 생산적인 게 없다고 생각했던 나는, 토론, 스터디 위주의 워크캠프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결국 고른 것이 IJGD 워크캠프였고, 환경에 관한 캠프였다.
작년에 야외에서 캠프를 3일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캠프는 17일동안, 약 6배에 달하는 기간동안 이루어졌다. 약 1주일간의 준비시간밖에 없었으므로 우선적으로 내가 필요한 것을 인포싯에 의존해 찾기 시작했다. 침낭, 에어매트리스 이외에 정말 생소한 캠핑물품까지. 한번도 도시를 떠나본 적 없던 나로서는 Flashlight가 정말로 필요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엄청나게 필요했다..!) 그래도 긴가민가 하는 생각으로 모두 챙기고, 워크캠프 전후에 할 배낭여행에 대한 준비물까지 챙기고 나자 출국이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나는 환경변화에 그렇게 예민한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걱정이 많이 없었다. 의생활, 식생활, 주거생활이 모두 하루 아침에 바뀌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 사람 사는 곳이겠거니 하며 워크캠프 리더가 하자는대로, 참가자들이 하는 대로 따라갔다. 이 워크캠프는 환경에 관한 캠프였기 때문에, '채식주의'캠프였다. 그것도 vegetarian이 아닌 동물성 제품을 아무것도 접하지 않는 'Vegan'들의 캠프. 참가자들은 채식주의자가 대부분이었고 나는 한국 정서 특성상 지속적으로 육류를 섭취해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곧 적응 되었고, vegan 식단을 즐기기 시작했다.
내가 참가한 워크캠프는 말 그대로 '캠핑'이었다. 텐트치고 공동생활을 하며 화장실도 샤워장도 모두 자연 그자체인. 그 생활이 익숙한 히피들은 몰라도 워크캠프에 참여한 우리들은 생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파리, 베를린, 베이징 등에서 생활하던 우리들은 서로 뭉쳤다. 문이 없는 샤워장에서 서로 망을 봐준다거나, 일을 할때 짝을 지어 일을 했다. 그래서 더 빨리 친해졌던 것 같다.
우린 비록 독일의 한 마을에 있었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모이는 캠핑장에 있다 보니 많은 문화와 언어가 섞였다. 그래서 낮에는 다 같이 일하고 워크샵을 듣는 등 생각과 문화를 공유했고, 저녁에는 맥주를 먹으며 노래를 부르는 등 재미있게 놀았다. 내가 제일 좋았던 점은 camp organizer측에서 workcamper들에게 맥주 한 짝을 10유로에 주고 먹을 수 있게 한 것이었다. 매일 땀흘려 일한 후 먹는 맥주 몇병이 우리의 힘든 기억을 씻어줬다.
그리고 하루는 자유시간이 주어져 캠프에서 친해진 친구와 레버쿠젠에 다녀왔다. 축구를 좋아하는 친구와 한국 축구선수를 좋아하는 내가 마침 분데스리가 오프닝에 가서 축구를 같이 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이처럼 우리는 캠핑장에서 나름 외부 환경과 담을 쌓으며 지냈지만, 우리가 원하면 언제든지 나가서 놀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속에서 3주를 보냈다.(하지만 나가려면 많은 결심이 필요했다.)
이 워크캠프를 준비하며, 이렇게 좋은 건 꼭 두번, 세번, 갈 수 있을 때마다 가야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녀와서는 조금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왜냐면 이 워크캠프에 너무 정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다른 워크캠프를 가도 이 사람들과, 이 환경에서 다시 적응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고, 무엇보다도 캠프에서 만난 사람들을 계속 기억하고 추억하고 싶었다.
15년 여름에 나는 다시 오지 못할것만 같은 경험을 했다. 이번 경험을 하지 못했더라면 평생 이런 사회가, 이런 커뮤니티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살았을 것이다. 또한 캠프에서 배웠던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데에 더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워크캠프에 참가했던 친구들과 더 나아가 이 환경캠프에 참여했던 모든 참가자들이 다 하나가 되어서 하나의 목표를 보고 활동하는데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하지만 'Let bygones be bygones'라는 속담도 있듯이, 모든 워크캠프 하나하나가 이런 값진 경험과 추억을 가지고 있으리란 걸 알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참여하고 싶다.